맛디아식 선거제도의 유익
영남신학대학교 교수 최태영
이번 총회에서 부총회장 선거제도의 전면 개정안이 상정된다는 보도(8월 14일자 기독공보)를 보고 자못 기대가 크다. 선거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자이지만, 총회 선거에서 나온 많은 부끄러운 이야기들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교회의 도덕성을 추락시키고 나아가 교회 성장의 큰 걸림돌이 된 것을 보면서 이대로는 안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보도에 의하면 전국노회장협의회에서 제안되고 총회 규칙부에서 마련된 개정안의 내용은 직접선거제와 추첨제를 혼합한 것으로 일명 맛디아식 선거제도라 한다. 많은 후보자들 가운데 총대들의 직접투표에 의해 2인이 선출되고, 그 2인에 대해서 노회장들의 추첨으로 당선자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현행 선거제도의 폐단을 불식시킬 수 있는 성서적이고, 합리적이며, 동시에 현실적인 제도라고 생각하면서, 그 유익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첫째, 이 제도는 최종 결과가 사람의 수단과 방법 또는 능력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장점을 가진다. 돈으로도, 인맥으로도, 온갖 인간적 수단들을 동원해도 그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야말로 순전히 하나님의 뜻에 달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력한 후보들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정치를 하고 돈을 쓸 것이 아니라 겸손히 하나님께 기도해야 되는 것이 이 제도의 특징이다. 둘째, 이 제도는 지금까지처럼 많은 돈과 정치력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 언젠가 총회장을 지내신 분의 고백의 글을 본 적이 있다. 당신은 비교적 깨끗하게 운동을 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신앙양심과 법에 어긋난 점이 있었다는 내용의 반성의 글이었다고 기억한다. 대개 그런 줄 알고 있는 바이지만 지금까지의 선거는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교회의 선거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는 부정부패가 많이 있었다. 전국의 노회장들이 이렇게 선거제도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가 바로 그 증거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앞으로 새 제도가 시행되면 후보자들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돈을 쓰고, 정치를 할 이유가 사라질 것이다.
셋째, 당선자는 자기 능력이 뛰어나서 된 것이 아니므로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충성을 다짐할 수 있을 것이고, 또 낙선자도 겸손히 하나님의 뜻을 수용하게 될 것이다. 당선자는 누가 내 편인지 챙기지 않아도 될 것이고, 낙선자는 누가 자기를 반대했는지 생각하며 원망하거나 불편한 마음을 갖지 않게 될 것이다. 당선자는 낙선자를 위해서도 적당한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고, 낙선자도 당선자를 축복하며 하나님과 교회를 위해 동역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모두가 지엄하신 하나님의 선택에 경외심을 갖고 순종하는 분위기가 이루어질 것이다. 넷째, 선거의 최종 결과는 하나님께서 결정해 주신 일이므로 당선자 편과 낙선자 편 사이에 감정적 골이 생기지 않고 모두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1년에 한 번 있는 이 선거가 우리나라 교회와 교인들에게 얼마나 큰 시험이 되었으며, 하나님의 영광에 손실을 끼쳤는지 조금만 생각해도 잘 알 수 있다. 당선되기 위하여 수년에 걸쳐 엄청난 공을 들이는 사람도 있고, 선거 과정에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분열과 반목이 생기고, 승자는 만세를 부르고 패자는 분과 한을 삼키며 차기를 노리는 등의 이런 현상은 하나님의 교회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폐단들이었다. 새로운 제도는 이런 폐단들을 현저하게 줄여 줄 것이다.
이와 같이 많은 장점을 가진 것으로 생각되는 맛디아식 선거제도가 이번 총회에서 많은 총대들의 지지를 받게 되기를 바라는데, 문득 몇 년 전의 기억이 떠올라 약간의 긴장감을 느낀다. 그 때 제비뽑기식 선거제도가 상정되었지만 총회에서 무산되었던 것이다. 총대들 중에는 자신이 가장 합당하다고 판단하는 후보를 꼭 당선시키기 위해서, 혹은 선거 운동하는 재미를 위해서, 혹은 추첨제를 믿을 수 없어서 등등의 이유로 이 안을 무시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신뢰성과 미래를 위하여 어느 것이 바른 제도인지 심사숙고하여 이번 회기가 선거제도의 개혁을 이루어낸 총회로 길이 기억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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