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명문신학대학

경회성 2005. 12. 10. 15:06

                                                명문신학대학교를 향하여
                                                                                                  최태영교수

 

나는 개인적으로 명문이란 단어를 싫어한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는데, 성경을 읽으면서 그렇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 우리 학교에서 명문이란 말을 자주 쓰는데 대하여 거부감을 느낀다. 내가 우리학교가 명문신학대학교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싫어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명문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진짜 명문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남이 알아주어야 명문이 아닌가? 만일 어떤 사람이 자기를 유명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닌다면 그 사람은 사기꾼이든지 유치한 사람일 것이다. 나는 우리 학교가 조용히 명문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명문신학대학교가 되기 위하여 명문이란 말을 아예 입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하자고 말하고 싶다.

 

사울은 크다는 뜻의 이름인데 예수님을 만난 후 바울로 바꾸었다. 작다는 뜻이란다. 바울이 예수님을 알고 나서도 계속하여 사울이란 이름을 가졌다면 아마 그는 사도가 되지 못했을지 모른다. 옛날 유대왕 사울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을지 모른다. 명문신학대학교는 자기를 높이고 선전함으로써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길일 것이다. 하나님은 문벌 좋고 잘난 사람들 속에서 자기 백성을 택하지 않으셨다. 문벌 없는 못난이들 속에서 찾았다. 그들이 명문이 되었다. 거룩한 백성이요 왕 같은 제사장이 되었다.

 

명문신학대학교는 돈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시설을 갖춤으로써 되는 것도 아니다. 명문신학대학교를 말하면서 돈과 시설을 언급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명문신학대학교가 되기를 희망하며 학교에 기부하러 오시는 손님을 우리는 감사한 마음으로 따뜻이 맞이하여야 한다. 그러나 돈이 많이 들어오면 곧 명문이 되는 줄로 생각하면 슬픈 일이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아시지만 우리가 돈의 위력에 굴복할까봐 걱정하셨다.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느니라.” 명문신학대학교가 되기를 바라고 학교에 기부하는 사람들은 자기 이름이 높여지고 예배시간에 박수받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분들에게 박수함으로써 하늘에서 받을 상을 잃어버리게 하지 말아야 한다. 제발 돈이 드러나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야 한다. 하나님이 높여지고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면 돈은 하나님께서 공급하실 것이다.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명문신학대학교는 사람 숫자로 되는 것도 아니다. 학생수가 많고 교수수가 많고 직원수가 많아야 되는 것은 아니다. 인기가 많고 추종자가 많아야 되는 것이 아니다. 오병이어 사건 때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은 오천 명도 넘었다. 예수께서 유명해지신 것은 그렇게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오천 명은 얼마 후 예수님을 버렸다. 남은 것은 열두 명 뿐이었다. 그 중에서도 한 명은 배신자였다. 그러나 그 남은 소수가 세계를 바꾸었다. 그 소수 때문에 예수님은 유명해지셨다. 기드온이 미디안 군대 13만 5천 명과 더불어 싸울 때 그의 군대는 원래 3만 2천명이었다. 하나님은 그 숫자가 많아서 영광을 나타낼 수 없으니 숫자를 줄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2만 2천명이 돌아가고 만 명만 남았다. 하나님은 그것도 많아서 하나님의 능력을 나타낼 수 없으니 대폭 줄이라고 하셨다. 그리하여 남은 군인은 겨우 3백 명이었다. 13만 오천 대 3백, 400대 1이 넘는 비율이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니 400배가 넘는 적군을 파죽지세로 쪼개고 대승리를 거두었다. 숫자로 명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참된 신자들의 공동체에 하나님이 함께 하심으로 명문이 된다.

 

오늘날 우리나라 교회의 병폐는 돈과 사람 수가 대부분을 좌우한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의 능력으로 일하는 것인지 돈으로 일하는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다수의 뜻을 하나님의 뜻으로 간주하여 온갖 정치꾼들이 설치고 있다. 교회를 이끌어가야 할 우리 신학교도 그런 추세에 휩쓸리고 있지 않은지 걱정이다. 돈과 사람이 몰려들어야 명문이라고 생각하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기 힘들 것이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찾기에 힘써야 할 것이다.

 

(영신 학보 사설, 2005년 12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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