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은 제법 분주하게 지냈지만 그런대로 의미 있었습니다. 전국 교무처장협의회가 제주 서귀포에서 열렸는데, 돈 좀 보태어 아내를 동반하여 갔던 것입니다. 늘 나만 좋은데 다니고 자기는 집에만 처박혀있게 만든다고 투덜댈 뿐 아니라, 남들은 이십대면 거의 다 가보는 제주도를 자기는 나이 오십이 다 되어 가도록 못가보았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터였기 때문에 이번에 신경 좀 쓴 것입니다. 바닷가 전망 좋은 호텔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자고 깨는 낭만에 잠시 취해 보았는데, 아내는 그야말로 즐거워하더군요. 장마 때문에 관광은 꿈도 못 꿀 것 같은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왠걸, 마침 비도 그치고 덥지도 않고 기가 막히더군요. 제주도에 관한 한 일기예보는 무시해도 된다고 누군가 말하더군요. 제주도에서 목회하는 제자들도 만나고 대접도 받고... 회의하러 간 길이 좋은 휴가여행이 됐답니다.
에드워드 에비(Edward Abbey)라는 분이 말하기를, 성장 자체만을 위해서 성장하겠다고 하는 생각은 암세포의 사고랍니다. 누구나 다 성장을 원하지만 성장하는 것 자체가 선이 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암세포야말로 성장욕이 얼마나 강한지 모른답니다. 정상세포 보다 암세포는 성장욕이 몇 배나 강한데, 자기 홀로 성장하기 위해서 주위에 있는 정상세포를 다 죽이면서까지 자기 멋대로 성장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결국은 자기가 속한 생명체를 죽이고 마침내 자기도 죽는 것입니다. 결국 암의 특징은 과도한 자기 성장이라 할까요. 공생, 상생이 참 생명인데, 상대를 죽이고 자기 혼자만 잘 살려고 하는 것이 바로 암의 생리입니다.
생물학적 몸에만 이런 암세포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에도, 사회에도, 모든 공동체 안에 이런 암세포 같은 존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체를 생각하지 않고, 이웃을 배려하지 않는 사고, 이기적인 사고는 암적 사고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에게는 유기체 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자신이 하나의 유기체이지만, 우리 각자가 속한 조직도 하나의 유기체 입니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조직들이 존재합니다. 이 수많은 조직들은 합하여 대조직을 이루기도 하고 다른 조직들과 공생하기도 합니다. 조직들을 관찰하면 인류공동체도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이며, 나아가 그것은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시는 하나님나라의 구성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모든 세포들의 삶의 목표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 나타나는 군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말하는 하나님의 나라에 이바지 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조직들, 모든 세포들은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목표를 향해서 살아갈 때 올바로 사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지 않고 자기 자신만의 성장을 위해서 다른 세포나 조직들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산다면 그것은 하나님나라의 주님께서 그냥 둘 수 없는 일이 되겠지요. 가지치기를 하시는 것입니다.
하나의 몸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들이 서로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의 개인으로서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원리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예수께서 바로 이런 삶을 사신 것이 분명합니다. 본회퍼가 말한 것처럼, 예수님은 남을 위해서 사신 것입니다. 이웃을 위해서, 모든 인류를 위해서, 결국 하나님나라를 위해서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삶을 사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십자가의 길이고, 그리할 때에 하나님나라의 삶, 곧 부활의 삶으로 승천하신 것입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기 위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을 위하여 주기 위한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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