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신대원 울릉도 졸업여행 후기
(* 오래 전 기록이지만, 기억할만한 것이 있어서 여기에 싣습니다)
하나님의 섭리를 확실히 느꼈습니다. 신대원 졸업여행은 원래 울릉도로 화요일 출발 목요일 돌아오는 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도교수(필자) 때문에 여차여차하여 수요일 출발 금요일 돌아오는 것으로 급하게 변경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주의 섭리가 있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화요일은 바람이 많아서 포항에서 울릉도로 가는 배가 출항하지 못했으니까요. 만일 원래 일정대로 하였더라면 포항에서 회 한 접시 사 먹고는 모두 해산했을 것입니다. 졸업여행이 참 싱겁게 무산되고 말았겠지요.(울릉도로 여행할 때는 이 점을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하겠음) 하루 연기한 것 때문에 여행이 망쳐지면 어떻게 하나 하고 제 마음이 조마조마했었는데, 크게 한숨 놓았습니다. (교수님 때문에 배렸다 하는 소리가 나오면 입장 곤란하쟎아요.) 울릉도에 있는 동안 날씨도 보기 드물게 좋았다고 다들 이야기하더군요.
수요일에도 바람이 제법 있어서 많은 사람이 배멀미를 하더군요. 나는 근근히 참았지만 머리가 아프고 배가 거북한 게 영 말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일행 중에는 이름만 대면 잘 알 사람이 유독 요란하게 멀미를 하더군요. 그 전도사는 돌아올 때도 멀미에 지레 겁을 먹은 나머지 온갖 호들갑을 다 떨더군요. 뭐 멀미약을 5병이나 먹었다나. . . 그러나 돌아오는 날은 파도가 너무나 잔잔하여 아무도 멀미하는 사람이 없었지요.
울릉도에서 엄청 호강을 했습니다. 울릉동광교회 조석종목사님과 교우들이 첫날부터 돌아오는 날까지 너무도 친절하게 대접해 주셔서 황송했습니다. 조목사님이 부임하신지 1년 쯤 되시는가 본데 그동안 교회가 엄청나게 부흥하였답니다. 1년 전 100여명에서 지금은 300여명 출석하는 울릉도에서 제일 큰 교회가 되었답니다.(영신 출신 파이팅!)
수요일 저녁예배에는 뜻밖에도 울산노회 목사회 중창단의 찬양예배로 드리는데 은혜가 이만저만이 아니더군요. 들으니 목사회 수련회가 화요일에서 목요일까지였는데, 앞에서 말했지만 화요일 배가 안뜨는 바람에 예정에 없이 포항에서 1박을 하셨다더군요. 때문에 목사님들은 일정에 쫓겨서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떠나시게 되어 왠지 안된 마음이 들더군요. 예배 후에 탁구도 치고 바둑도 두고. . . 낚시꾼들은 거의 이틀 밤을 새우면서 바다낚시를 합디다. 특히 두 전도사님은 꼬빡 낚시만 하고 왔습니다. 뭐 울릉도를 낚았다고 자랑하더군요.(천하를 낚은 강태공을 언제 따라 갈른지 원 참)
이튿날 조목사님께서 봉래폭포로 우리를 인도하셨는데, 폭포도 운치가 있어 좋았고, 가는 길에 삼림욕장이 있는데, 거기서 웃통을 벗으면 10년은 더 산다고 합디다. 공기와 물이 무지 좋아서 암환자들도 와서 요양하고 병이 나아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더군요. (목사님 은퇴하시면 그 자리 물려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첫날에는 육로로 관광하였지만 둘쨋날에는 유람선으로 일주를 하며 기가막힌 절경들을 감상했지요. 그날 저녁에 어느 학교 운동장에서 실로 오랜만에 축구 한 게임을 하고(울릉도에서 축구를 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다리가 뻐근한 상태에서 다음날 성인봉 등정길에 올랐습니다. 해발 984m 라 하길래 새피하게 여기고 구두 신고 나섰다가 식급했습니다. 군대 있을 때 산꼭대기에서만 한 2년을 산 연고로 산에 대해서는 덧정이 없어져서 통 외면하고 살았는데, 실로 오랜만에 등정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울릉도에 있는 동안 조목사님의 후배사랑을 많이 느꼈습니다. 돈이 없어서 졸업여행에 못온 사람이 많이 있다는 말을 들으시고는, 앞으로 2년이면 교회가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것인데, 그 때에는 졸업생 전체를 교회비용으로 초청하여 울릉도에서 수련회 겸 졸업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해 보겠다는 제안까지 하셨습니다. 말씀만으로도 얼마나 고맙습니까? 부디 그렇게 되어지기를 기도합시다. 내친 김에 한가지 중요한 광고를 할까 합니다. 목사님께서 부탁하시는 말씀이 교회가 많이 부흥하여 이제 혼자서 일을 다하시기가 힘드시답니다. 전임전도사를 꼭 좀 보내달라고 하셨습니다. 졸업생 중에서 울릉도에서 한 몇 년 수도자의 마음으로 일할 의향이 있는 분은 나에게 연락을 주기 바랍니다. (빨리 지원을 안 하면 다른 학교 출신에게 기회가 넘어갈지 모릅니다.)
우리가 졸업여행을 편안하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또 대구제일교회와 나요셉목사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경비 문제로 학교에서 포항까지 가고 오는 차편이 문제가 되었는데, 마침 나목사께서 도와주셨습니다. 제일교회 버스를 운전하시는 집사께서 수요일 아침 일찍 우리를 실어주었을 뿐 아니라, 금요일 밤 11시가 넘을 때까지 우리를 위해 봉사해 주셨습니다.(교수출신 목사께서 큰 교회에 계시니 이런 즐거움이 있네요.)
하여튼 이번 여행은 주께서 함께 하신 완벽한 여행이었다고나 할까? 함께 하였던 신대원 3학년 22명과 또 한명의 어여쁜 여학생에게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 . 그리고 불가피한 이유로 참여하지 못했던 학우들에게도 하나님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 .(2002.10.31)
* 4년이 넘게 지난 지금 회고해보니,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일을 얼마나 잘 잊어버리고 사는지 알겠습디다. 그래서 일지를 쓰고 기록에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합니다. (2007.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