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조심

경회성 2006. 12. 25. 17:48

운전을 하고 가는데, 앞 차가 내 차선 쪽으로 기우뚱거렸다. 아내가 나보고 조심하라고 하면서 저 운전자가 핸드폰으로 통화하고 있다고 하였다. 운전 중 통화하는 사람이 조심해야지 왜 내가 조심해야 하느냐고 했더니 그게 세상 이치란다.

 

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 법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조심하면서 살아야 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웃기는 일이 아닌가?

 

다석선생이 조심조심 살아야 한다고 하였는데, 조심없이 사는 사람들이 잘 사는 것을 보면 마음이 언짢아진다. 아직 그만큼 내공이 부족한 탓일 것이다.

 

조심조심 산다는 것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지 않는 것이다. 실컷 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다석선생은 실컷이란 말을 매우 싫어하셨다. 그런데 사람들은 실컷 무엇을 하기를 원한다. 실컷 먹고, 실컷 즐기고, 실컷 싸우고 말이다. 태국, 캄보디아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이 이것이다. 그들이 자랑하는 것은 바로 실컷 한 것이라는 것을. 

 

실컷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할 것이 아니다.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먹는 것도 조금만, 자랑하는 것도 조금만, 즐기는 것도 조금만. 조금씩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 온전히 사는 방법이다. (061225-19077)